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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FC의 쉽지 않았을 결정, 그러나 현명했다
첨부파일20161124261_99_20161124131406.jpg(172361bytes)     2016-11-24  |  관리자  |  1002

 

(베스트 일레븐)

김태석의 축구 한잔

성적 여부를 떠나 매력적 축구를 펼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경기가 재미있어도, 궁극적으로 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결국은 외면받는다. 더욱이 K리그는 4년째 승강제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 팀이 강등당하면, 그라운드에서 보인 경기력이 어떻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다. 그리고 그 책임은 대부분 감독이 졌다. 지나친 성적 지상주의적 시각처럼 비칠 수 있으나,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우리네 실정이 유별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조덕제 감독이 2017년에도 수원 FC 사령탑을 계속 지휘하게 됐다는 점에 흥미로운 시선이 모인다. 조 감독은 강등당한 사령탑으로는 처음으로 차기 시즌에 대한 임기를 보장받았다. 물론 최영준 전 부산 아이파크 감독, 최문식 전 대전 시티즌 감독 등 강등을 맛보고 이듬해 챌린지를 경험한 지도자가 있긴 하나, 풀 시즌을 치르고 강등당한 후 연임하게 된 인물은 사실상 조 감독이 처음이다.

사실 의외긴 했다. 대내적 평가는 대외적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원 FC는 올 시즌 내내 최하위를 면치 못하다 떨어졌다. 그것이 이른바 ‘돈 싸움’에서 말미암은 열세였다고 한들, 어쨌든 전체 리그에서 최악의 성적을 냈다. 그런 만큼 책임은 누군가가 반드시 져야 한다는 게 프로축구계에선 일반론이었다. 심지어 과거 모 시민 구단이 강등당하자 리그 성적과는 무관한 애꿎은 프런트까지 쫓아냈을 정도로, 강등은 그야말로 구단 문 닫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수원 FC는 다른 선택을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셔널리그에서 K리그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지난 6년간 팀을 위해 헌신한 조 감독을 최고 수준 무대에서 객관적 전력상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꼴지를 했다는 단순한 이유로 내친다는 건 비인간적이라는 평이 내부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 비록 최하위로 자동 강등당하긴 했어도, ▲‘막공’으로 불리는 과감한 공격 축구 ▲특색 있는 외국인 선수진 구축 ▲수원 삼성과 펼친 지역 더비 ▲성남 FC와 벌인 깃발 전쟁 등 수많은 이슈를 양산한 수원 FC 사령탑으로서 주어진 본분에 끝까지 충실했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러나 수원 FC가 조 감독 연임을 결정한 이유보다는 결정 그 자체에 주목하고 싶다. 감독 목숨이 파리 목숨이 아니었던 적이 얼마나 있었겠느냐마는, 우리네 축구계에서는 지도자 선임과 해임을 너무 쉽게 여겨서다.

“전 감독이 왜 잘린 줄 아느냐? 너희들을 모두 내보내는 것보다 감독 한 사람만 내보내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30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이 팀 융화가 완전히 깨진 PSV 에인트호번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 선수들에게 했던 말이라고 한다. 정신 자세가 해이해진 선수들을 향한 일침이기도 하지만, 이 말 자체는 감독을 뽑고 내보내는 작업을 무작정 쉽게 여기는 프런트와 일부 팬들을 향한 말이기도 하다.

성적이 나쁠 때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 내보내면 표면적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으나, 그렇다고 팀 사정이 확연히 나아지진 않는다. 새 감독이 오면 선수 파악부터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오는 혼란은 성적이 부진했을 때 겪어야 했던 어려움 이상으로 괴롭다.

인내심이 부족한 클럽은 새로 불러들인 감독을 또 자르고 그 다음 감독도 또 경질하며 위기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 과정에서 팀은 더욱 망가진다. 시쳇말로 못하는 팀들이 유달리 감독 교체가 심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장을 향한 믿음도 없고 무조건 책임 소재를 감독에게만 떠넘기니, 자연히 클럽이 건강해질 수가 없다.

다시 수원 FC로 돌아가자. 주변을 살피면 조 감독보다 화려한 명성을 가진 지도자가 없진 않았을 것이다. 지도력이 더 뛰어난 감독들도 분명 있었을 듯하다. K리그 클래식에서 맛본 최하위라는 성적을 실패로 규정짓고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겠다는 뜻으로 대외적으로 면피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수원 FC는 클래식이라는 최고 무대에 도전하면서 무엇이 부족하고 또 보완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지도자는 현재 한국에서 조 감독밖에 없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조 감독 유임 여부를 놓고 고민했을 수원 FC는 내셔널리그 시절을 포함해 가장 어려운 결정을 한 셈이다. 그리고 가장 현명한 판단을 했다. 탓하지 않고 함께 미래를 내다봤다. 구관이 명관일지는 2017시즌을 지켜봐야겠으나, 덕분에 수원 FC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팀의 운영을 안전하면서도 유연하게 연속성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챌린지로 되돌아간 이상 2016시즌만큼 전폭적 지원을 받을진 미지수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줄이며 장기적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조 감독을 유임시킨 수원 FC의 판단은 대단히 현명하다. 물론 조 감독이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함은 당연하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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